책리뷰|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방탄소년단도 읽은 감성 힐링 에세이
방탄소년단이 사랑한 보노보노, 단순하지만 깊은 위로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는 한눈에 봐도 익숙한 해달 캐릭터 ‘보노보노’를 앞세운 책이지만, 단순한 캐릭터 책이라기보다 삶을 천천히 돌아보게 하는 따뜻한 에세이에 가깝습니다. 이 책이 더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게 된 계기 중 하나는 방탄소년단 RM과 지민의 추천이었습니다.
특히 RM은 ‘책덕후 아이돌’로 불릴 만큼 평소에도 다양한 책을 읽고 팬들과 공유하곤 하는데요. 그가 이 책을 “너무 쉬운 말인데 왠지 울컥했다”는 말과 함께 언급하면서, 많은 아미(ARMY)들이 이 책을 찾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이런 언급은 책의 매력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계기가 되었고, 단순한 캐릭터 에세이를 넘어서 위로의 텍스트로서 자리 잡게 했습니다.
보노보노는 우리에게 익숙한 캐릭터입니다. 단순한 그림체와 귀여운 말투로 기억되던 존재였지만, 이 책 속 보노보노는 아이들이 아닌 어른들의 마음을 어루만집니다. 작가 김신회는 보노보노의 짧은 말풍선을 인용하며, 그 안에 자신만의 경험과 감정을 솔직히 풀어냅니다. ‘서툰 어른들을 위한 에세이’라는 부제답게, 이 책은 마음이 복잡한 성인들에게 꼭 필요한 ‘마음의 비타민’이 되어줍니다.
“틀린 길로 가도 괜찮아. 다른 걸 발견할 수 있을 테니까.” 같은 문장들은 어쩌면 너무 뻔한 위로처럼 보일 수 있지만, 하루하루 완벽하지 못한 삶 속에서 스스로를 탓하고 위축된 이들에게는 가장 필요한 말입니다. 방탄소년단이 이 책을 통해 ‘있는 그대로 괜찮다’는 마음을 받아들였다는 점은, 독자들에게 이 책을 더 특별하게 만들어줍니다.
보노보노의 말풍선에서 건져 올린 철학, 따뜻하고 담백한 글의 힘
이 책의 구조는 매우 독특합니다. 만화 속 보노보노의 짧은 말풍선을 인용하고, 그 아래에 김신회 작가의 에세이가 덧붙여지는 형식입니다. 겉으로 보면 간단한 구조지만, 읽다 보면 한 문장 한 문장마다 곱씹게 되는 깊이가 있습니다. 특히 작가의 문체는 군더더기 없이 담백하며, 독자가 감정을 이입하기에 충분한 솔직함을 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노보노가 “나는 내가 뭘 잘못했는지 몰라서 더 슬퍼”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 짧은 말이 주는 울림은 어마어마합니다. 우리는 때때로 무엇이 문제인지도 모른 채 우울하고 무기력해지곤 합니다. 그럴 때 이 문장은 공감과 위로를 동시에 줍니다. 김신회 작가는 이 대사를 통해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꺼내며, 나약했던 자신을 솔직하게 마주합니다.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속도가 느리다’는 점입니다. 요즘처럼 빠르게 소비되는 콘텐츠 속에서 이 책은 독자에게 천천히 읽을 것을 요구합니다. 한 장씩 넘기며 보노보노의 말에 멈춰 서고, 김신회의 이야기에서 지난 나날을 떠올리는 과정은 마치 마음의 요가를 하는 것 같습니다.
책의 일러스트도 따뜻함을 더합니다. 단순한 선으로 그려진 보노보노, 너부리, 포로리의 모습은 우리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고, 동시에 현재의 나에게 “괜찮아, 그렇게 느껴도 돼”라고 말해주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동화 같지만 동화가 아닌’, 어른들을 위한 진짜 동화입니다.
어른도 울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이 책이 필요하다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는 단순한 힐링 에세이 그 이상입니다. 이 책은 ‘감정’이라는 복잡하고 무거운 주제를 아주 부드럽게, 그리고 지극히 현실적인 시선으로 다룹니다. 독자가 이 책을 읽으며 위로를 받는 이유는, 작가가 감정을 회피하거나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김신회 작가는 “내가 너무 초라하고 작게 느껴질 때, 나는 보노보노의 말을 읽는다”라고 말합니다. 사실 우리도 그렇습니다. 어릴 땐 아무렇지 않던 말들이, 어른이 되니 자꾸 마음에 콕 박히는 날이 많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잘만 사는 것 같은데, 왜 나만 이렇게 서툴까?’라는 자책 속에서 보노보노는 “서툴러도 괜찮아. 나도 자꾸 실수해.”라고 말해줍니다.
이 책을 읽고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보노보노가 “뭐든지 꼭 알아야 하는 건 아니야”라고 말하는 장면이었습니다. 그 문장에서 왠지 모를 눈물이 났습니다. 우리는 항상 모든 걸 알고, 잘 해내야 한다는 압박 속에 살아가지만, 때로는 ‘모른 채 있어도 괜찮다’는 말이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방탄소년단이 왜 이 책을 아꼈는지, 그들이 왜 이 책의 문장에 위로받았는지 이제야 이해가 됩니다. 무대 위에서 누구보다 반짝이는 그들도 마음속엔 고민과 불안을 품고 있을 테니까요. 그런 그들이 이 책을 통해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는 감정을 얻었다면, 우리도 그 감정을 따라가 보면 좋겠습니다.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는 완벽하지 않아도, 속도가 느려도, 방향이 틀려도 괜찮다는 걸 알려주는 책입니다. 그리고 그 메시지는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말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