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가 전하는 ‘살아있는 사람’의 태도, 단 한 번의 삶을 위하여
『단 한 번의 삶』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생이 유일무이한 것이며, 그렇기에 더 깊이 들여다봐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작가 김영하는 『여행의 이유』 이후 6년 만에 선보인 산문집으로, 이번에는 ‘삶’ 그 자체에 대한 철학과 실천을 섬세한 언어로 풀어낸다. 이 책은 결코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다. 삶의 질문을 향해 정직하게 다가가며, 동시에 독자에게는 부드럽고 단단한 용기를 건넨다.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인간관계, 선택, 상실, 불안, 죽음, 글쓰기, 나이 듦 등 우리가 일상 속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하지만 단지 인생에 대한 '생각'을 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어떻게 살아내고 있는지에 대한 ‘태도’에 주목한다. 김영하의 글은 마치 친한 친구와 늦은 밤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듯한 느낌이다. 꾸며내지 않고, 피하지도 않는다.
책 속에는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도 녹아 있다. 작가로서 글을 써오며 겪은 외로움, 가족과의 거리감, 누군가를 떠나보낸 시간들, 무의미함 속에서도 글을 쓰는 이유 등... 단단해 보이는 그의 문장 너머에는 인간적인 고뇌와 흔들림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래서 독자는 ‘위로받는다’기보다는, ‘같이 생각하게 된다’는 감각을 느낀다.
삶은 끊임없이 선택의 연속이며,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나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점검하게 된다. 김영하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정말로 당신의 삶을 살고 있나요?" 이 질문은 단순하지만, 묵직하다. 우리는 때때로 타인의 기대, 사회적 기준, 눈치 속에 스스로의 삶을 잃어버리곤 한다. 이 책은 그런 우리에게 ‘단 한 번의 삶이라면, 이제는 나답게 살아보자’고 조용히 제안한다.
익숙함을 의심하고, 타인의 시선을 벗어나기 위한 연습
『단 한 번의 삶』을 읽으며 가장 자주 접하게 되는 단어는 ‘의심’이다. 작가는 우리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들, 익숙하다는 이유로 의심하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예를 들어, 성공이란 무엇인가?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는 누구의 기준인가? 왜 우리는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느라 나를 잃어가는가?
김영하는 단호하게 말한다. "타인의 시선을 너무 많이 신경 쓰면 결국은 삶이 남의 것이 된다." 이는 모든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에게, 특히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배워온 한국 사회의 독자들에게 강력하게 다가오는 문장이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모범생’으로 살아왔고, 그래서 진짜 나의 감정과 욕망을 눌러온 것이 사실이다.
그는 자기 삶의 중심을 되찾기 위해선 ‘남들이 원하는 나’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나’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는 반드시 ‘불편함’이 따른다고 말한다. 진짜 나를 마주한다는 것은 그만큼 고통스러운 일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는 그런 불편함조차 ‘살아있음의 증거’라고 말한다. 이는 위로라기보다는, 진짜 삶으로 가는 안내문처럼 다가온다.
책 속에서는 글쓰기와 창작에 관한 이야기도 인상 깊다. 그는 창작자가 아니라도 우리는 모두 ‘자기 삶을 창작하며 살아간다’고 표현한다. 그리고 그 삶의 창작에는 실패와 후회, 망설임이 항상 동반되며, 그걸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이라고 말한다. 문장을 통해 그는 독자에게 “당신의 삶도 충분히 서사적이다”라는 강력한 격려를 전한다.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는 용기는 생각보다 어렵다. 그러나 이 책을 덮고 나면 독자 스스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길을 가야겠다’는 다짐을 품게 된다. 김영하 특유의 절제된 문체와 묵직한 사유가 그 결심을 가능하게 만든다.
‘단 한 번의 삶’을 산다는 것의 의미,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삶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사랑은 떠나고, 사람은 변하며, 마음은 매일 달라진다. 그 불확실함 속에서 우리는 불안을 느끼고 때로는 무력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단 한 번의 삶』은 그 불완전함조차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불안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곧 ‘삶을 살아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김영하가 이 책에서 끊임없이 전하려는 메시지는 결국 하나다. “살아 있으라.” 그냥 하루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깨어 있는 정신으로 나의 하루를 바라보라는 것이다. 이는 단지 자극적인 열정이나 동기부여가 아니다. 차분하지만 단단한 삶의 태도다.
그는 말한다. "어제의 나로 오늘을 살 수 없다." 지금 이 순간, 나는 나답게 살고 있는가? 이 질문은 이 책을 덮고 난 후에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책 속에는 세상의 속도에 휘둘리지 않고, 나만의 보폭으로 천천히 걸어가는 삶의 가치가 오롯이 담겨 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스스로의 삶을 되돌아보고, 남은 삶을 어떻게 써 내려갈지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사유의 시간은, 분명 이 책을 만나기 전과 후의 내가 조금은 달라졌음을 느끼게 해 준다.
『단 한 번의 삶』은 진정으로 '나의 삶'을 살고 싶은 이들에게 건네는 문장이다. 조용하지만 강하게, 오늘도 나답게 살고자 하는 우리 모두에게 반드시 필요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