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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양심|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건 ‘내 안의 깨끗한 무엇’

by theonecatshow 2025. 6. 25.

『양심』책 리뷰

가장 감정하고 가장 바라는 것, ‘양심’을 다시 보다

『양심』은 호모심비우스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진 최재천 교수가 쓴, 인문적 통찰이 가득 담긴 철학 에세이다. 정치와 경제, 인간과 사회, 과학과 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인간의 본질’에 다가가던 저자가 이번엔 가장 본질적이고 가장 민감한 주제, ‘양심’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은 단순히 추상적 개념으로서의 양심을 말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 안에서 양심이 어떻게 실현되고, 때로는 왜곡되며, 때로는 외면당하는지를 날카롭게 분석한다.

책의 문장 하나하나에는 저자의 깊은 사유와 따뜻한 시선이 깃들어 있다. 그는 말한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내 안의 깨끗한 무엇이다.” 이 문장은 단번에 독자의 가슴을 울린다. 우리가 알고 있는 도덕적 기준, 법적 정의, 사회적 윤리 위에 존재하는 ‘개인의 양심’이라는 실체는 늘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한다. 저자는 이러한 양심을 단순히 내면의 목소리로 환원하지 않고, 시대와 환경 속에서 길러진 삶의 태도이자 용기로 재정의한다.

책은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으면서도, 그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어린 시절부터 우리가 배워온 도덕 교육을 넘어, 삶 속에서 우리가 실천하고 있는 혹은 망각한 양심의 형태들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양심이 단지 착한 사람이 되는 데 필요한 조건이 아니라, 나를 지키는 최소한의 윤리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양심’은 타인의 것이 아닌, 나의 선택이라는 깨달음

이 책의 백미는 ‘양심’을 타인의 잣대로 보지 않는다는 데 있다. 흔히 우리는 “그건 양심이 없지”라는 말을 일상처럼 사용한다. 하지만 저자는 질문을 던진다. “그 양심은 누구의 기준인가?” 그 질문 앞에서 우리는 멈칫하게 된다. 양심은 타인의 도덕적 시선이 아니라, 철저히 나 자신의 판단과 성찰에 달려 있다는 점을 이 책은 끊임없이 강조한다.

최재천 교수는 인간을 생물학적 존재로 바라보며, 이성 너머의 본능과 감정까지도 양심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그는 양심을 생존의 기술이 아닌, 공존의 기술이라고 말한다. 혼자 잘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기 위한 약속이라는 의미다. 이 관점은 독자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다. ‘착한 사람’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 되기 위해 우리는 양심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책에서는 다양한 실제 사례들이 등장한다. 정치인들의 부패, 기업의 비윤리적 행태,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사소한 양심의 위기까지. 이 사례들은 독자 스스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예를 들어, 지하철에서 무임승차를 했던 기억, 친구의 실수를 보고도 모른 척했던 순간, 선을 넘는 말 한마디를 후회했던 경험들. 이 모든 것이 우리 안의 양심과 마주했던 순간임을 일깨워준다.

정의보다 앞선 양심, 나를 바로 세우는 가장 본질적인 힘

저자는 말한다. “양심은 우리 삶을 지탱하는 가장 근본적인 힘이다.” 법이나 제도는 외부에서 오는 규율이지만, 양심은 내부에서 나오는 울림이라는 설명이다. 이 문장은 독자에게 강한 울림을 남긴다. 우리는 법이 무섭기보다는, 양심이 더 무서워야 한다. 그 이유는, 양심은 내가 나를 저버릴 수 없게 만드는 유일한 장치이기 때문이다.

『양심』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양심에 따라 살고 있는가?” 이 질문 앞에서 누구도 쉽게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없다. 그만큼 이 책은 독자의 마음 깊은 곳을 파고든다. 하지만 그것은 비난이 아니다. 오히려 그 질문을 통해 스스로를 정화하고, 다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전한다. 그래서 이 책은 회개의 책이 아니라, 성장의 책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양심을 지키는 사람들’에 대한 존경을 표현한다. 사회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원칙을 고수하고,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정직함을 선택하는 이들. 그들의 존재가 이 사회를 무너지지 않게 만든다고 말한다. 동시에 그는 우리 모두가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조용히, 그러나 강하게 응원한다.

『양심』은 단지 양심을 설명하는 책이 아니라, 양심으로 살아가길 권하는 책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꼭 한 번은 읽어야 할 책으로, 내면의 기준을 다시 세우고 싶은 사람들에게 강력히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