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미워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나를 무겁게 만들었다
‘나는 엄마가 힘들다’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때, 마음이 묘하게 쿡 찔렸습니다. 단순한 갈등이나 불만이 아닌, 사랑과 의무, 죄책감과 억눌림이 얽힌 그 복잡한 감정들이 고스란히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엄마’라는 존재를 미워하고 싶지 않지만, 그러면서도 너무나 힘든 관계에 놓인 수많은 딸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들여다봅니다.
특히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엄마도 인간’이라는 당연하지만 어렵게 받아들이는 사실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저자는 엄마와의 관계를 단순히 개인적인 문제로 보지 않고, 여성이라는 정체성과 시대적 배경, 가족 구조 안에서 형성된 복합적인 결과라고 분석합니다. 덕분에 읽는 내내 “내가 이상한 게 아니었구나” 하는 안도감과 함께, 그동안 내 안에 눌러두었던 감정들이 하나둘씩 언어로 풀어졌습니다.
“엄마는 내게 너무 많은 것을 주었지만, 그만큼 나의 삶을 잠식해 들어왔다”는 책 속 한 문장이 깊이 남습니다. 사랑과 희생으로 포장된 통제와 간섭, 그 사이에서 길을 잃어버린 채 자라온 내 마음이 조금은 정리되는 듯했습니다. 이 책은 엄마를 탓하는 책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엄마와의 관계에서 나를 지키고, 진짜 ‘나’로 살아가기 위한 감정적 경계를 배우는 책입니다.
엄마와의 ‘관계’를 끊는 것이 아니라 ‘역할’을 내려놓는 연습
『나는 엄마가 힘들다』는 많은 심리서들이 회피하는 주제—모녀관계—를 정면으로 다룹니다. 그것도 아주 냉정하고도 따뜻하게. 대부분의 사람은 ‘그래도 엄마인데…’라는 말에 스스로의 감정을 눌러왔습니다. 하지만 저자들은 말합니다. "엄마가 힘든 관계라면, 그 감정을 인정해야 한다"라고. 그 인정에서부터 진짜 회복은 시작된다고 말이죠.
책에서 강조하는 건 관계를 ‘끊는 것’이 아니라, 얽히고설킨 심리적 매듭을 ‘푸는 것’입니다. 엄마에게 기대받는 ‘착한 딸’, ‘희생적인 딸’이라는 역할을 내려놓는 법, 죄책감 없이 ‘나’를 우선순위에 두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이 책의 핵심 메시지입니다. 이 메시지는 많은 여성들에게 새로운 해방감을 줍니다. 저 또한 그랬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은 ‘엄마는 딸을 통해 자기를 완성하려 한다’는 부분이었습니다. 이는 너무나 많은 한국식 가정에서 벌어지는 일이기도 합니다. 엄마의 인생을 그대로 답습하길 원하는 듯한 기대, 그리고 그 기대를 저버렸을 때의 실망과 비교. 그 속에서 딸은 스스로를 부정하게 되고, 자존감은 자연스레 낮아집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악순환의 고리를 자각하고, 끊어낼 용기를 전해줍니다.
내가 행복해지는 것이 곧 엄마를 이해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출간 이후 『나는 엄마가 힘들다』는 SNS, 서점가, 독서 커뮤니티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딸의 심리서’로 불리며, 특히 20대 후반부터 40대 여성 독자들 사이에서 ‘내 얘기 같다’는 리뷰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엄마와의 관계’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영역이지만, 누구나 공감하는 주제라는 뜻이겠죠.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엄마와 거리 두기를 권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궁극적으로는 ‘나를 사랑하는 방식’을 찾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결국 엄마와의 건강한 관계는, 내가 나를 제대로 이해하고 지킬 수 있을 때 가능하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죠.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나답게 살기 시작할 때, 엄마도 나를 ‘하나의 사람’으로 인정하기 시작한다는 점에서 희망을 느꼈습니다.
책의 마지막 장에서는 모녀관계 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심리 기술과 상담 사례도 함께 담겨 있어, 단순한 공감에서 끝나지 않고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게 도와줍니다. ‘엄마는 바뀌지 않아도, 나는 달라질 수 있다’는 말처럼, 내가 먼저 회복되면 관계도 그만큼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책을 통해 배웠습니다.
이 책은 엄마를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내 감정’을 회복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 회복은 곧 나의 삶을 다시 써 내려가는 출발점이 됩니다. 엄마라는 단어 앞에서 늘 작아졌던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은 그 감정이 절대 이상한 것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해’가 아닌 ‘거리’에서 시작하는 치유, 그 첫걸음이 필요한 당신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